내 이름은 박인선 천억 자산가다. 대한민국에서 돈에 관해 매우 유명하다. 자수성가로 지금의 부를 만들었고 현재는 어떠한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아도 자산이 늘어나는 파이프라인을 완성했다. 내 이름은 김인우 평범한 세차장 직원이다. 스스로 특별한 장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남들이 가지지 못한 꾸준함과 성실함을 가졌다. 우연한 기회로 인선을 만나 특별한 질문 하나를 하면서 나의 삶은 바뀌게 된다. 내 이름은 반배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상승장에 코인 투자를 해서 제법 많은 돈을 벌었다. 좋은 가정환경과 경제적 상황이 맞물려 늘 자신감이 넘친다. 세상을 조금 우습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승부욕이 넘치며 경험으로 얻은 배움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데 능하다. 인성과의 만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그 당돌한 태도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겪는다.
그래서 제게 무엇이 궁금하세요?
천억 원을 가진 자산가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그의 말은 항상 직관적이고 날카로웠다. 그의 강연을 듣고 있자면 돈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쉬운 녀석이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돈으로 바라본 그의 세상은 단순하고 명료했으며 그가 돈으로 해석하는 인생엔 철학과 통찰이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올라오자 장내가 술렁였다. 강연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려 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강연을 마치고 인서는 강연 참석자 2명을 추첨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그와 커피를 마신 사람 모두 인성과 커피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는 천억 원을 줘도 바꾸지 않겠노라 자랑했다. 자기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행운의 주인공이 자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부푼 사람들의 시선 속에 인선이 천 개의 숫자 중 두 개를 말했다. 강연장 가장 앞자리에서 한 명, 왼쪽 중간쯤에서 한 명이 일어났다.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인선이 이 둘을 향해 커피 한 잔이 기대된다는 의례적인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강연이 마무리되자마자 인선은 한 명을 먼저 만났다. 어딘지 때 묻은 듯한 옷차림이었지만 얼굴만은 때 묻지 않아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인선이 물었다. 대화를 시작하며 늘 하는 질문을 할게요. 제게 가장 궁금한 것이 무엇이죠? 인우는 서울 외곽에 있는 제법 큰 세차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급한 일이 생길 때면 사장이 안심하고 업장 관리를 부탁하고 그에게 새 차를 맡기려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에서 그의 실력과 인성을 알 수 있다. 특별한 소명 의식은 없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인우는 늘 성심을 다했다. 그 태도는 인우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 하나를 안겨주었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선물이었다. 어렵사리 당첨된 건데 내 아들은 도대체가 이런 곳에 가려고 하질 않으니 말이야. 오늘도 아침부터 괜히 말다툼만 오지게 했네 그려 나야 이 나이에 뭘 새롭게 배울 것도 아니니 자네라도 다녀오게. 사장이 인호에게 늘 하던 하소연과 함께 티켓 한 장을 건넸다. 사장님, 이게 뭐예요? 그 왜 돈 많이 벌었다고 티브이에 자주 나오는 양반 하나 있지 않나 인성인가 하는 양반. 그 사람이 1년에 한 번 사람들 모아놓고 무슨 강연 같은 걸 하는데 그게 그렇게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 거래처 갔다가 선물로 한 장 얻었는데 자네가 듣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서. 상대의 선의를 무작정 받지 않는 예의를 몸에 익힌 인후였다. 하지만 왜인지 이번만큼은 그 강연이 무척 궁금했다. 세상 물정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유도 알 만큼 유명한 인선의 이름 때문이었는지, 돈이라는 매력적인 주제 때문이었는지, 1년에 한 번 밖에 없다는 희소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사장의 손에 들린 티켓 한 장이 무척 탐이 났다. 마치 운명처럼. 안 그래도 이 사람 이야기 저도 많이 들어서 궁금했는데 고마워요 사장님. 잘 들어보고 부자 되면 몇 배로 갚을게요. 평소에 하지 않던 너스레를 떨며 사장에게 티켓을 건네받고 며칠 뒤 인선은 강연장에 들어섰다. 강연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인우의 입장에선 막연히 생각하기만 했던 부라는 것을 인선은 쉬운 말로 통찰력 있게 풀어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후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인선이라는 사람 그 자체였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확신을 담은 말투 청중의 질문을 재미난 농담으로 받아치면서도 결코 상대를 무시하거나 하대하지 않는 태도 무엇보다 강연하는 내내 스스로 어깨를 추켜올리기보다 최대한 낮게 몸을 숙이고 청중과 눈을 마주하려는 자세가 인후의 눈에 새롭게 보였다. 새 차라는 업을 하면서 인우는 가끔 그런 사람을 마주했다. 좋은 차를 맡기며 마치 종을 부리듯 하대하는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천억 원을 벌었다는 그에게서는 그런 일그러짐이 단 한순간도 보이지 않았다. 인우는 문득 그의 삶이 궁금해졌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강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웅성 거렸다. 이 강연의 하이라이트인 인성과의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행운의 주인공을 추첨하는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첫 번째 행운의 번호가 불리고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앞자리에 누군가가 일어났다. 사회자가 두 번째 번호를 불렀다. 두 번째 행운의 번호는 504번입니다. 인우였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순간 그의 가슴에는 작은 불꽃이 피어났고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박수 소리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이 자주 보아온 돈의 겉모습과 사뭇 다른 그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작은 만남이 자신의 삶에 작은 파동 하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 때문이었다. 만남을 위한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강연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서는 인우를 만날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마주하며 그가 물었다. 대화를 시작하며 늘 하는 질문을 할게요. 제게 제일 궁금한 것이 무엇이죠? 저는 선생님의 배움이 궁금합니다. 배움이요. 선생님의 시간에서 선생님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배움이 궁금합니다. 무엇을 배우셨고 그것이 어떻게 선생님의 삶을 바꾸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배움이라. 한동안 생각에 잠겨 말을 잊지 못하는 그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인우가 조심스레 다시 묻는다. 혹시 선생님께 무례한 질문을 한 것인가요? 그렇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만 이런 질문은 처음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거의 모든 사람은 나와의 대화에서 어제를 묻지 않거든요. 내일을 묻죠. 내년에 크게 오를 부동산이 어디인지 오늘 내가 사야 할 주식이 무엇인지 때론 앞으로 큰돈을 벌려면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죠. 내가 받는 질문 대부분은 그들의 내 일에 관한 것이에요. 그런데 인우 씨는 나의 어제를 물었어요. 그건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죠. 스스로 온전히 살아왔다고 해서 그 삶에 대해 바로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전에 왜 그것이 궁금한가요? 뜻밖의 되물음에 잠시 멈칫한 인후였지만 이 자리에 오기 전 많은 생각을 했기에 곧 차분히 대답했다. 선생님이 이루신 막대한 분은 결과입니다. 하나의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선생님의 결과가 아니라 선생님이 겪으신 과정이기 때문에 이 질문을 드렸습니다. 제가 오늘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야기가 아니라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에겐 겸손과 확신이 가벼움과 진중함이 함께 있었습니다. 결코 누군가를 하대하지 않으셨고요. 그래서 뭐랄까 선생님은 선생님이 이루신 돈보다 커 보였습니다. 표현이 서툴러 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천억 원이 넘는 자산을 가지신 분이 그 돈 이상의 태도를 보이게 된 과정이 말입니다. 인후의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는 인선이었다. 오랜만에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을 만나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돈보다 크다 재미있는 관점이네요. 만약 그런 것이라면 더욱 쉽게 대답할 수 없겠네요. 인우 씨는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저를 보고 이 질문을 던졌겠죠. 그렇다면 나 역시 내 시간과 정성을 쓴 후에 대답하는 것이 그에 맞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미룰게요. 하지만 멀지 않은 시기에 반드시 답할게요. 이후 인성과 인우는 일반적인 대화를 이어나갔고 커피 한 잔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며칠 뒤 인우가 일하는 세차장에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인선이 보낸 소포였다. 인우가 소포 상자를 열자 의외의 물건과 함께 짧은 편지가 보였다. 답을 드립니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배움입니다. 나는 이것을 통해 부를 이뤘고 내가 번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우 씨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일주일 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봐요. 편지와 함께 인우의 손에 쥐어진 것은 빨간색 권투 글러브였다
배상의 이야기
하고자 했던 걸 다 이루진 못해도 갖고자 하는 것은 다 가졌던 삶 배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랬다. 거침없었다. 배상에게는 구하기 어렵다는 인선의 티켓조차 아버지가 받은 수많은 선물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남의 말은커녕 부모님의 말도 제대로 듣지 않는 그였지만 인선이란 이름에는 관심이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가진 돈에 관심이 있었다. 그가 이 강연장을 찾은 이유도 오직 이 한 가지였다. 처음부터 그의 말이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돈이 궁금해서였다. 천 명 중에 운 좋은 한 명으로 호명되었을 때에도 그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늘 누려온 혜택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당첨되지 않았더라도 만나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늘 그래왔으니까. 이런 그의 태도는 인성과 커피 한 잔을 할 때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궁금한 것이 무엇인가요? 궁금한 건 딱 하나입니다. 돈을 끌어모으는 당신만의 비법이에요. 당신이라.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대우받길 바라죠. 그런 사람은 아니겠죠. 가진 게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면 이렇게 질문하지도 않았을 텐데요. 확신이 있어서 질문한 건 아닙니다. 대답에 따라 달라지겠죠. 나는 내가 본 것만 믿어요. 내가 납득이 되어야 받아들이죠. 오늘은 여러 가지로 즐겁네요. 내가 돈을 끌어모으는 비법이 궁금하다는 거죠. 정확히는 별다른 일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여전히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고 알고 있어요. 기사를 찾아보니 한 해가 다르게 당신을 포장하는 돈의 크기는 커져가고 있더군요. 300억 부자 500억 부자에서 이젠 1천억 부자라고 하니 그렇게 돈을 기하급수로 늘린 방법이 듣고 싶어 졌어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나는 남들이 말하는 돈은 꽤나 있는 집 안에서 자랐어요. 돈 버는 것도 쉽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받은 세뱃돈이니 용돈이니 하는 것들을 모아놨는데 그걸로 코인을 했더니 1년이 안 되는 사이에 10배 이상의 수익이 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역시 돈이 돈을 버는구나 이렇게 돈을 벌면 되는구나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돈을 벌긴 했는데 왜 내가 돈을 벌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니까 결국 이 돈은 돈으로 번 거였죠.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운 같은 일도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별 고생 없이 남들이 평생 벌어야 하는 돈을 아무렇지 않게 버는 사람들이 세상엔 있을 거고 그중 한 명이 당신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내가 돈을 버는 방식이 배상님이 이야기한 방식이긴 하지요. 운이라는 불확실성 요소가 전혀 개입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에 희망하는 복권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벌고 있으니. 굳이 님이란 호칭을 쓰는 인선이었다. 바로 그 방식이 궁금했어요. 그걸 알려달라는 겁니다. 비법이라서 숨기는 건 아니겠죠. 아니면 흔해 빠진 노력이라는 말로 대신할 것도 아니고요. 몇 개월 전에 투자로 돈 맛을 보고 나서 아빠가 투자에 관심 있거든 만나보라고 해서 투자자 한 명을 만났거든요.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런 건 없다면서 시간과 정성이 어쩌고 저쩌고 흔해 빠진 설교만 하더라고요. 듣다 말고 짜증 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요. 덕분에 아빠한테 엄청 욕먹었고요. 설마 당신도 그런 사람은 아니겠죠? 나는 내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에요. 그 말은 내가 한 모든 말은 내게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궁금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는 건 질문하는 것에 내가 아는 한 대답을 하겠다는 말이에요. 걱정 말아요. 알려줄게요. 내가 돈을 버는 방식은 바로 시스템이에요. 시스템이요 구체적으로 그게 뭔가요? 돈을 버는 구조를 설계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내 일을 대신하게 만드는 거예요. 나는 구조를 짜고 그 구조가 세팅되기까지 비용을 투자하죠. 편의점을 예로 들어볼까요? 장사가 아주 안 되는 편의점 하나를 인수해서 이것저것 부대 비용을 모두 빼고 나면 월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남아요. 내가 전혀 일하지 않고 내내 아르바이트생을 쓴다는 가정 아래인데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식으로 편의점을 운영하지 않아요. 하지만 나는 그런 편의점을 30개 정도 만들어 버리죠. 그리고 그 편의점을 총괄해서 운영하는 사람도 채용하고요. 내게는 그럴 돈이 있으니까 그럼 월 3천만 원 정도의 이익이 생기겠죠 아주 최소한의 예상 수익이에요. 나는 이렇게 편의점 서른 개를 가진 사장님이 되고 매월 1억씩 돈이 들어오게 만들어요. 내가 아는 천억 원 이상의 자산가들은 모두 이런 식이에요. 자기만의 시스템이 있어요. 굳이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요. 그걸 가지는 게 부의 비법입니다. 결국 돈이 돈을 번다는 거군요. 당신처럼 돈이 많은 사람이야 그게 쉽겠지만 편의점 30개를 처음부터 가질 정도의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잖아요. 편의점은 예일뿐이에요. 자본력이 없어도 시스템을 만드는 건 가능해요. 돈이 돈을 버는 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일 뿐이에요. 나야 이미 충분한 자본이 있으니까 저렇게 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그런 구조를 짤 수 있어요. 나도 예전에 돈이 충분치 않았을 때는 그랬으니까. 결론은 돈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돈을 버는 거예요. 시스템을 돈으로 사겠다면 뭐 돈이 돈을 버는 게 되긴 하겠지만. 시스템이라 결국 사람들을 도구처럼 부려서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들라는 말이네요. 그렇게 해석할 수 있죠. 그는 결국 내가 버는 게 아니라 남이 벌어다 주는 거니까요. 남이 벌어다 준다는 말이 기가 막히게 매력적이네요. 근데 이 간단한 걸 왜 사람들이 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하지 않은 걸까요 하지 못하는 걸까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죠. 사자가 어떻게 노루 마음을 알겠습니까? 사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들을 말은 다 들었네요. 계속 연락해도 되죠? 좋습니다. 오늘은 재미있네요. 그럼 배상님의 본인만의 시스템을 잘 만들 수 있기를 가식적으로나마 응원한다는 말로 오늘 대화를 마무리하죠.
인우의 이야기
같은 계절 같은 시간 같은 날씨 일주일 전과 거의 다르지 않은 호텔 카페에 일주일 전처럼 두 사람이 앉아 있다. 달라진 것은 호텔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권투 글러브 한 쌍이 이들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생각이지만 내가 전한 의미는 아니에요. 다른 생각은 몇 번의 문답이 오가는 사이 인우는 진땀을 내고 있었고 인서는 즐기듯 웃으며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라는 인선의 말이 끝날 때마다 인우는 다른 답을 전했다. 지난 일주일 사이 부자가 되어 돈에 당당해지는 것 그리고 권투 글러브의 상관관계를 수없이 생각한 인후였다.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부는 권투처럼 세상과 싸워서 이겨야 얻는 것이란 생각이었다. 혼자만의 싸움을 극복해야 한다 누군가를 죽일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특정한 시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쏘는 것처럼 권투의 어떠한 규칙이 불을 이루는 과정과 같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생각을 펼치고 정리해서 이 자리에 왔지만 인선이 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더 없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드린 대답이 제가 생각한 전부입니다. 아직 부자가 되지 못해서인지 돈을 몰라서인지 제 머릿속엔 이 이상 생각이 나지 않네요. 원하시는 답을 찾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인우 씨의 생각이 듣고 싶었던 것이지 내가 생각한 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인우 씨의 생각도 모두 가치가 있어요. 각자의 정답이라는 거죠. 그럼 이제 선생님이 제게 글러브를 주신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초인류의 권투 선수는 링 위에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시나요? 당장 눈앞에 있는 상대의 매 순간만 생각해요. 다음 라운드는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라운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따위는 고민하지 않아요. 다음을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직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는 거죠. 상대의 펀치를 피하고 빈틈을 노리고 눈앞에 상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만 집중해요. 제가 부를 이루면서 배운 것은 이것이에요. 인선은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피곤 엄청난 비밀을 이야기하듯 인우에게 가까이 가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부은 근접전이예요. 근접전이요? 네 근접전. 부는 지금 당장 자기 눈앞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나갈 때 주어지는 거예요. 1라운드를 잘 버티지 않으면 2라운드가 기다리지 않듯 1라운드에 쓰러지지 않아야 3라운드, 4라운드가 기다리든 말이에요. 그런데 많은 사람은 이 개념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은 오직 그라운드의 상대를 k.o 시킬 펀치에만 관심이 있죠. 내게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물어볼 때 나는 단 한 번도 오답을 말한 적 없어요. 하지만 내가 말한 정답은 그라운드를 버티고 올라온 나이기에 쓸 수 있는 한 방이에요. 일 라운드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내 말을 결코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어요. 매 라운드를 지난 사람만 그라운드를 지나면서 겪은 경험으로 그라운드에 펀치를 칠 수 있는 법이거든요. 세상에 돈을 버는 비법은 차고도 넘쳐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번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있거든요. 지금도 그 방법은 책으로 강연으로 때론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의 교육으로 사람들에게 팔려요. 하지만 그 방법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벌 수 없어요. 그리고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죠. 더 나은 방법을 그리고 비법과 공식을 알려달라고요. 잘못된 건 방법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에요. 일 라운드도 거치지 않고 그라운드의 럭키 펀치를 바라는 그들 말이죠. 그들은 처음부터 질문을 잘못했어요. 지금의 나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그들에게 필요한 답이 아니거든요.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엔 내가 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했어요. 그게 이제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죠. 다시 숨을 고르고 자세를 고쳐 앉은 뒤 그가 이야기를 이었다. 부는 근접전이다. 매 순간 자신의 위치에서 필요한 한 가지 한 가지를 이뤄야만 비로소 부에 이를 수 있다. 그렇기에 지름길도 비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오늘 하루 그 일을 하느냐 마느냐로 나뉜다. 인선의 대답에 생각이 많아진 인후였다.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만드는 한 방의 펀치는 일 라운드부터 차곡차곡 싸워오니가 아니면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을 인후는 곱씹었다. 인우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듯 인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1라운드를 한 번 걸어가 볼 생각이 있어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예요. 일 라운드에 있는 사람이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겠다는 거예요. 이 긴 게임을 할 생각이 있다면 아울러 만약 인우 씨가 1라운드를 무사히 마친다면 2라운드에 가는 데 필요한 것을 알려줄게요. 그렇게 매 라운드에 필요한 것을 알려줄 수 있어요. 너무도 감사한 일입니다만 제게 그렇게까지 선의를 베푸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별건 아니에요. 사실 알려준다고 하지만 그 일들이 특별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내가 예전에 받은 것을 돌려주는 셈 쳐도 되고요. 예전에 받은 것이요? 그건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냥 오랜만에 내게 신선한 질문을 해준 데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최근에 만난 한 남자와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이렇게 결이 다른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는 게 제 나름의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겠네요. 하지만 내가 도와주겠다고 한 말은 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에요. 내가 도와준다는 것은 그만큼 내 시간을 인우 씨를 위해 쓰겠다는 뜻이에요. 인우 씨가 원한다면요. 알겠습니다.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저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신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편으로 걱정도 들어요. 그럼에도 솔직히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 선생님과 같은 배움에 이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간 낭비가 될지 아닐지는 인우 씨가 어떻게 걸어가느냐로 결정되겠죠 부디 내가 시간 낭비라고 실망하지 않게 되길 바라요. 네 최선을 다할게요. 반쯤은 농담이니 긴장 풀어요. 잘해 나갈 거라고 믿어요. 자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한 방법으로 넘어가 보죠. 실은 지금 인우 씨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인우는 차 안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작 몇십 분 전에 인성과 나눈 마지막 대화 때문이었다. 대화의 내용이 어려웠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단순했다. 그래서 더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인우 씨가 새 차 일을 하며 한 달에 버는 돈을 알려줄 수 있나요? 기본급의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450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인센티브 구조라니 더욱 좋군요. 인우는 이때까지 인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알려줄게요. 월 천만 원을 버세요. 수단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월 천만 원을 버는 데 목적을 두고 어떻게든 그 돈을 벌어보세요. 천만 원이요?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 있어요. 월 천만 원이라는 돈이 크게 다가올 수도 있고요. 하지만 나를 믿으세요. 이건 인우 씨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사실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죠. 다만 모를 뿐이지. 우선 천만 원을 벌기 위해 모든 생각을 집중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언제든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해도 좋아요. 물어볼 것이 있다면 물어보고요. 단 내게 물어보기에 충분할 만큼 고생했다고 생각되면 그때 연락하세요. 명심하세요. 고민이 아니라 고생이에요. 그 말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거예요. 고민했다면 결론을 내고 실행하고 경험하세요. 그 경험을 충분히 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있다면 그때 연락해요. 그래야만 비로소 내 말이 도움 될 거예요. 고생해야 도움이 된다. 인우 씨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직접 부딪혀야 비로소 이해되고 자신의 것이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돈이 그래요. 박사 학위까지 받고 수십 년을 공부한 경제학 교수가 고졸 출신의 슈퍼 개미에게 주식으로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경제학자는 이론들로 생각만 했지만 그 슈퍼 개미는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경험했기 때문에 얻어지는 깨달음이 돈의 세계에서는 진짜 깨달음이지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제 말이나 조언이 인우 씨에게 깨달음이 되기 위해선 내가 하는 말 이전에 인우 씨의 경험이 뒷받침해져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말했죠 분은 결국 근접전이다. 상상과 고민만으로 그라운드까지 갈 수는 없거든요.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천만 원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행동해 보겠습니다. 응원할게요. 다시 만날 땐 인우 씨가 스스로 경험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알려주세요. 나도 궁금하거든요. 나와 같은 근접전으로 구에 접근하는 사람이 나와 다른 무엇을 더 배울지요. 명심하겠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건투를 빌어요. 월 천만 원 인우는 한 번도 그 금액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적지 않은 경험과 성실함으로 사장님에게 인정받고 섭섭하지 않게 버는 그였다. 하지만 월 천만 원은 현재 버는 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방법도 순서도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월 천만 원부터 벌라는 말이 가혹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질 법도 했다. 하지만 인우는 그런 원망으로 자신을 괴롭히기보다 자신이 평가한 인선의 됨됨이를 믿었다. 현재 자신은 알 길이 없지만 분명 저 말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말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그는 온 관심을 하나에 집중했다. 월 천만 원을 벌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된 시작점은 첫 번째 만남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순간이 아니라 그 말을 자기 생각으로 옮긴 이 순간.
'독서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내가 아닌 나는 없다. (0) | 2023.05.28 |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 | 2023.05.27 |
원씽 THE ONE THING,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1) | 2023.05.25 |
사장학개론, 개인을 넘어 기업가로 가는 길. (0) | 2023.05.25 |
김미경의 마흔 수업,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2) | 2023.05.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