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도 쓸모가 있어요.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나답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 늘 '이생망'이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어느 날은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숨 쉴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주어졌으니 이왕이면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부단히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아마도 마음 한 구석 저 끝은 머리에 눈꽃만큼 남아있는 희망을 놓지 못하고 제안의 가능성을 믿고 싶었나 봅니다. 누군가 날 응원해 주고 도와주길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람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역설적인 마음이 있더라고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여러분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내 인생을 성장시키는 습관들
너무 힘이 들면 잠시 쉬어도 괜찮다. 이산이 아닌가 벼 오라 이산도 아닌가 벼 세계 정복을 꿈꾸었던 나폴레옹이 군인들 앞에서 자신의 실수가 민망해 내뱉은 말이란다. 나만 이런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강연에서 만난 청중이나 독자들도 같은 경험을 나눠준다. 이것도 해봤더니 아니고 저것도 해봤는데 아니더라고. 나이나 성별을 떠나 이런 고민 하나씩은 다 품고 사나 보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결과를 보니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결과가 아닌 거다. 하고 싶은 걸 했는데 고비가 찾아온 난감한 상황. 물론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그 자체만으로 자괴감에 휩싸였을 거란 걸 안다. 그동안 내버린 시간과 비용이 떠오를 것이다. 한 번에 잘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할 거다. 이를 만회하고 싶어서 타임슬립, 몸 바꾸기 등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나 보다. 나도 너무나 잘한다. 실수를 했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도,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을 거라는 것도 말이다. 충분히 자기반성은 끝났을 시점임을 알기에 이젠 그런 나 자신과 질문해 준 이들을 칭찬하기로 했다. 사실이니까. 이산이 아니어도 괜찮고 저산이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오르려고 결심했고 그것을 실천해 옮겼다는 사실이다. 그간 기울인 노력은 추앙받다 마땅하다. 무언가 새롭게 도전해 봤다는 사실은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가치가 있다. 실패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만약 나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여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 목표를 더 작게 자신에 맞게 설정하면 된다. 구글의 목표 달성법을 응용해 목적에 따른 세부 목표로 여기면 실패는 과정이 된다. 올라가 본 산이 전혀 다른 곳이라면 방향을 틀면 되는 거다. 초등 교사인 공무원을 그만두면 큰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어본 결과, 안 가본 산에 대한 호기심과 같은 단순한 열망이었음을 깨달았다. 다시 그런 기회가 생길지라도 이윤 창출과 조직 운영에 힘쓰는 관리자보다는 창작자의 역할에 충실할 것 같다. 세상으로부터 주입된 욕망과 내 마음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것도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비고츠키가 말한 근접 발달 영역 안에서의 비계 설정을 적절히 할 수 있다. 또 긍정적 결과를 얻어냈음에도 실망감이 찾아왔다면, 그 부분을 명확히 찾고 되풀이하지만 않으면 된다. 보통 머릿속에서 고민했을 때보다 막상 실행에 옮겨보면 생각과 다른 경우가 있다. 엄청 클 거라 생각했던 기쁨과 만족감이 그리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승무원을 하며 여행을 많이 다녀서 좋을 줄 알았는데, 나는 이동을 힘들어하는 집순이었다. 신입 승무원 교육도 수석으로 졸업해서 승무원 자질이 뛰어난 줄 알았는데, 매번 정해진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게 답답했다. 또 예쁜 것을 좋아하니 꾸밈이 기본인 일은 즐거울 것이라 여겼는데, 내게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주는 핵심 영역이 아니었다. 알았으니 된 거다. 잘못 오른 사는 내려와서 다른 산에 가면 된다. 물론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행에 기반한 깨달음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간다.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고비가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끝까지 올라가지 못해서 이산이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는 것이며, 정책이나 슬럼프에 다다른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내가 원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미처 다다르지 못해 그 분야의 매력을 살피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나의 수준과 처한 사항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슬럼프가 온다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다. 안주하고 있지 않을 때 슬럼프가 오기 슬럼프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때다. 하지만 슬럼프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정체기다. 공부든 운동이든 처음에는 새로운 시작에 설렘과 기대가 함께 한다. 낯선 분야를 익혀가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눈에 빠르게 보인다. 노력한 만큼 성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즐겁다. 하지만 목표에 반 정도 왔을 때쯤이면 언제나 정체기를 맞이한다. 노력이 양과 질에 관계없이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설레지 않고 모든 것이 의미 없는 반복처럼 느껴진다. 난 이때가 기본기를 다지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윌리엄 화해를 학습 과정에서 우리가 밟아야 할 단계를 운전에 빗대어 4단계로 이야기했다. 무언가 해보지 않을 때까지는 남들이 하는 게 꽤 쉬워 보인다. 어릴 때 어른들이 운전하는 게 쉬워 보여 나도 하겠다 싶었던 느낌이 바로 1단계 무의식적 무능력 단계다. 하지만 실제 운전을 하는 순간 내가 운전에 대해 무능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2단계 의식적 무능력 단계다. 많은 연습을 거쳐 의식적 능력 상태인 3단계에 도달한다. 이젠 차를 운전할 수 있지만 내 능력에 대해 늘 긴장하기 때문에 아직 편안해지기는 어렵다. 그 후에도 한참 반복해 무의식적 능력 상태인 4단계에 이르면 운전하는 동안 더 이상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지 않게 된다. 정체기는 3단계 의식적 능력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 벽을 넘어서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고르게 실력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고비는 반복 연습을 전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에 넘어서기 쉽지 않다. 이 시기에 포기하며 무엇이든 시간이 지났을 때 기초 레벨이 되어 버렸다. 여태 한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조금만 더 해보려 하면 어느새 정체기를 탈출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나는 글을 쓰며 수시로 이 정체기를 맞닥뜨린다. 매일 지속해야만 넘어설 수 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버텨내 본다. 노트북을 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트에 쓴다. 팬이 지겨워지면 만년필로도 쓴다. 펜촉이나 다양한 잉크를 시필에 보려다가 글을 쓰고 있는 날을 발견한다. 그것마저도 지치며 키보드를 두들겨 본다. 다른 키보드로도 썼다가 향초를 피웠다가 다시 펜으로 썼다가 한다. 온갖 방법을 사용해서 쓰기만 한다. 방법을 바꿔가다 보면 나만의 방식도 찾을 수 있는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수영을 배울 때도 수영복을 바꾼다든지 새로운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는 듯 새로 자극을 사용할 때 고비를 넘기기 쉬웠다. 정체기는 일시적인 반면 슬럼프는 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난 3단계에서 4단계 정도의 슬럼프가 온다고 생각한다. 의식하지 않아도 해낼 수 있는 자동화된 능력을 갖추게 되는 시기다. 그렇기에 실력 성장에 있어 슬럼프는 언제나 존재한다. 무엇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 상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것처럼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 꾸준히 노력해 왔기에 후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나 힘들다. 그때마다 나는 만화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하늘을 나는 걸 좋아하는 13살 마녀 키키는 어느 날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날았는지조차 전혀 생각할 수 없어 의욕을 잃는다. 그때 만난 숲 속 화가 우르술라는 이렇게 조언한다. 그래도 여전히 날지 못하면요. 그럴 때는 포기해.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마. 그러다 보면 갑자기 다시 날고 싶어질 거야. 처음에는 자기 일 아니라고 포기라니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좀 쉬라고, 너무 잘해야겠단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으라는 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키키는 위기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애쓴 결과 마법 능력을 되찾고 잘 살아간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가끔 낙담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그러다 조금 힘이 생기면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노력이 절실한 상황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 나를 가치 없음에 가둬놓고 노력하는 것은 내 일의 노력을 보장할 수 없다. 노력의 방향과 효율이 나다워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지금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제자리에서 뛰는 것보다 후퇴하여 도움닫기를 할 때 훨씬 더 멀리 뛸 수 있다. 슬럼프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도움 닦기가 아닐까 경험해 보았기에 아닌 것도 알고 고비도 찾아오는 법이다.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하며 어느 단계를 넘어섰을 때의 기쁨은 분명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어떤 산을 오를지 결정을 내리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그리고 결정을 했더라도 그에 걸맞은 장비를 한참 고르고, 지름길을 파악하고, 같이 갈 사람을 구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이미 그 정도면 산 수백 번을 갔다 왔을 시간이다. 성과가 나지 않아 힘들고 지칠 때면 잠시 쉬어가도 된다. 도전을 받고 이미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까. 잘못 갔다 왔을지라도 어느새 체력은 길러졌을 거다. 이제 어디든 다른 곳에 도전할 수 있다. 경험도 쌓여 다음 목적지를 보는 눈이 갖춰졌을 것이다. 더 이상 시작도 두렵지 않게 된다. 그 마음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산에 올라가 보자. 꿈은 성취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며 노력하는 과정에 있으니까.
에필로그
처음부터 기본은 훌쩍 뛰어넘어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좋으련만 성숙 과정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별을 살짝 잡아 뽑아 키가 커 보이게 한 농부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옆 논밭의 벼보다 자신의 벼들이 더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예상하시다시피 결국 그 벼들은 말라죽었답니다. 빨리빨리 무난화, 선행 학습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는 거 너무나 힘들지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이런 농부와 같은 행동을 했었답니다. 하지만 수학 공부처럼 구멍이 뚫린 곳을 결국 메꿔야 하더군요.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드는 것은 물론이고요 거쳐야 할 것은 거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겐 못함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만의 속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수준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차곡차곡 나다움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여러분의 생각이 꺼내졌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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