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2009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아무런 홍보도 없이 묵직한 메시지만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일에 대한 관점을 접목시킨 이나모리 가즈오의 철학에 감화된 수많은 ceo가 사비로 책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선물할 정도로 직장인에게 뜨거운 화두를 던졌으며, 2014년 삼성그룹 임직원 도서 바자회에서는 삼성물산 김신 전 대표가 소장 중인 왜 일하는가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지난 10여 년간 삼성 임직원 최다 추천 도서, 새해가 되면 직원들에게 반드시 선물하는 책, 기업인들의 서평이 가장 많은 책 등의 수식어가 붙은 이 책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회자되고 있다. 일을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통치약과 같다. 온갖 실현을 극복하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묘약이라고 해도 좋다. 이 세상에 매끄럽고 순탄하기만 한 삶은 없다. 원하지도, 부르지도 않았건만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잇따라 우리 삶을 덮쳐오기도 한다. 이런 역경과 불행에 사사건건 휘둘리면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무의식 중에 살아갈 의욕마저 잃게 된다. 그럴수록 우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더욱 맹렬히 전념해야 한다. 혹독한 운명을 이겨내고 삶을 밝고 희망차게 만들어주는 놀라운 힘이 이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봐도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젊었을 때 수없이 좌절을 겪었다. 우선 중학교 입학시험에 낙방했다. 어린 시절 사경을 헤맬 정도로 심하게 결핵을 앓았고, 그래서 수업을 듣지 못한 날이 많았다. 병을 앓았음에도 무리해서 공부를 해 다시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렀지만 결과는 또 낙방이었다. 그런데다 전쟁으로 인해 집까지 불타버리고 말았다. 왜 나는 지독히도 운이 없을까? 10대 초반의 어린 마음은 절망감에 휩싸였고 늘 침울했다. 시련은 그 후로도 계속됐다. 대학 입시와 취업도 생각처럼 잘 되질 않았다. 가고 싶던 의과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진 뒤 고향에 있는 가고시마 대학 공학부에 입학했다. 원치 않았던 학교와 학과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현실에 따라야 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필사적으로 공부했지만 취업 역시 쉽지 않았다. 모두가 이 정도면 틀림없이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내 구직 활동은 모조리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서둘러 직장을 구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교수님의 소개로 교토에 있는 소규모 고압 초자 제조회사 쇼우 공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 회사는 내일 당장 망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심각한 적자 상태였다. 첫 월급조차 제 날짜에 나오지 않았고, 회사는 내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도, 그렇다고 마음 편히 다닐 만한 회사도 아니었다. 왜 내게만 이런 고난이 밀려오는 걸까? 하루를 버티기도 힘든데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23살이던 나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암담한 심정에 사로잡힌 채 내 운명을 한탄했다. 이 운명을 한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렇게 가혹한 운명으로 온통 뒤덮이고 말 것 같던 내 인생을 단 한 가지 계기로 단박에 새로이 변화시켰다. 생각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모든 걱정과 불안이 말끔히 씻긴 듯 사라졌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자. 살기 위한 길은 오직 그뿐이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고난과 좌절 쪽으로 밖에 돌아가지 않았던 내 인생의 톱니바퀴가 좋은 방향으로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내 삶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지고 희망이 넘치는 나날로 바뀌어 갔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고민하지 않은 채 마지못해 일을 하며 상처받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자신을 비하하고, 그 때문에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삶에 닥쳐오는 시련을 이겨내고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러니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더 자신이 맡은 일에 사력을 다해 전념하라고 말이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능하다면 무아지경에 빠질 때까지 몰입해 보라.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쳐와도 당당히 맞서 부딪혀 보라. 그러면 분명 자신을 옭아매던 고난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어낸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다. 90년 인생 동안 직접 경험했고, 영세한 기업이던 교세라를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키워낸 비결이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지속의 힘 한 순간 한순간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 1초가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거듭 쌓여 일주일, 한 달, 1년, 그리고 일생이 된다. 제 아무리 위대한 일도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이 축적된 결과다. 사람들이 놀랄 만한 큰 성과나 어떤 천재가 해낸 일인지 궁금해지는 위대한 업적도 알고 보면 아주 평범한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내디딘 결과다. 이렇게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는 지점까지 제트기를 타고 가듯 일사천리로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은 없다.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인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도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랑을 착실히 작업해 얻은 결과물이다. 먼 곳에서부터 커다란 포석을 실어와 크기에 맞게 깎고 다듬고 하나씩 폭에 올린 결과다. 그 수는 수백만, 수천만 개에 달한다. 꾀를 부리거나 요령을 피울 수도 없다. 그저 하나하나 나르고 쌓아 올려야만 피라미드를 완성할 수 있다. 피라미드가 지속적인 작업의 연속으로 읽어낸 땀의 결정이듯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지속할 때 비로소 도무지 손이 닿을 것 같지 않던 곳까지 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교세라를 창업하고 약 3년 후의 일이다. 시가현에 있는 교세라 공장에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직원이 한 명 있었다. 그에게 내가 이건 이렇게 하게나라고 가르쳐 주면 그는 네. 하고 끄덕이고는 내가 가르쳐 준 대로 똑같이 따라 했다. 심지어 손이 시컴해지고 얼굴은 땀범벅이 될지언정 날마다 지시받은 일을 조금도 싫은 기색 없이 해냈다. 그날 지시받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 끝내고 퇴근해 나를 무척 흐뭇하게 했다. 그는 공장 안에서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이 힘들다고 우는 소리를 해도 그는 불평 한마디 없이 그 단조롭고 반복적인 작업을 꾸준히 했다. 배운 게 없으니 이거라도 열심히 해야죠. 그의 표정에는 자기 일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나는 그와 다시 만났다. 단순한 작업을 묵묵히 해내던 그가 놀랍게도 사업부장으로 승진해 교세라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재로 활약하고 있는 게 아니던가 내가 놀란 것은 그의 직함만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단하네,라는 말이 튀어나왔을 정도로 그는 인격도 식견도 충분히 갖춘 훌륭한 리더로 성장해 있었다. 회사에서 조금도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고, 그저 꾸준하고 우직하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갔던 평범한 사람 더구나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지식도 기술도 없었던 사람.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고 더 열심히 일을 사랑했다는 그 그런 그가 비범한 인재가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요행을 바라지 않고 한순간에 결과를 얻으려 하 고, 미미하고 단순한 일일지라도 싫증 내지 않고 오랫동안 노력을 거듭해 온 지속의 힘 덕분이지 않을까?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라는 토머스 에디슨의 말처럼 성공의 요인에서 영감이나 재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미미하며, 착실한 노력과 땀 흘리는 일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앞서 말한 교세라 사업부장과 같은 사람들은 순간순간의 위기에 흔들리지도, 조급해하지도, 낙담하지도 않는다. 오직 자기가 맡은 일 하나에 온 힘을 쏟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그 일을 계속한다. 이러한 자세가 인간을 견실하게 만들어주고, 더 나아가 인생에서 좋은 결실을 맺게 해 준다. 나는 지금껏 경영자로서 수많은 인재를 채용하는 데 직접 참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면도날 같은 사람들을 만난 적도 많았다. 면돗날 같은 사람이란 일머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일에 대한 습득 속도도 빠른, 한마디로 재기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들 중에는 면접 때부터 장래의 우리 회사의 중심이 되어 역량을 발휘할 인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 많았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스스로 알아서 결정했고, 자기주장도 강했다. 반면 일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사람도 많았다. 채용해 놓고 보니 똑똑하지도 않은 데다가 눈치까지 없어서 옆에 있는 사람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우리 회사에 들어왔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들에게는 면돗날 같은 날카로운 면은 없었지만, 그런 유능함 대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성실함을 지니고 있었다. 경영자가 기대를 거는 인재는 당연히 전자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능력이 출중한 전자보다는 후자에게 바라는 마음마저 들 정도다. 그런데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의외로 정반대의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면돗날 같은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서인지, 자기가 하는 일이 지루하거나 회사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회사를 그만두었다. 또 자기 업무에 성과가 없으면 변명을 늘어놓거나, 동료 또는 회사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회사에 남은 사람은 처음부터 기대가 낮았던 일머리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나는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편견이었는지를 깨달았고, 회사에 남아 있는 그들과 마주하기가 부끄러웠다. 일머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남들이 하기 싫다고 내팽 케치인 일도 결코 싫증 내거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을 꾸준히 해나갔다.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또 그 일을 완수하는 과정이 마치 애벌레의 걸음과도 같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10년, 20년, 30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노력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 나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평범하고 그저 성실하기만 했던 직원들이 어느새 비범한 인재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무척 놀랐다. 마치 우리 회사의 사업부장처럼 말이다. 물론 어느 한순간에 그들이 하늘로부터 엄청난 능력을 부여받아 새롭게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남들보다 갑절이나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차츰차츰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 것이다. 표범처럼 놀랍도록 기민한 움직임이 아니라, 소처럼 서툴지만 우직하게 한 가지 일에 매진한 시간과 노력이 그들의 능력뿐만 아니라 인격까지도 갈고닦아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낸 것이다. 혹시라도 지금 자신에게는 성실히 일하는 것 밖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고 낙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우직한 근성을 소중히 여기고 기뻐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민첩하고 영리한 머리보다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도 끈기 있고 성실하게 해 나가는 지속의 힘이야말로 이를 성공으로 이끌고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진정한 능력이니까 말이다. 천재나 위인으로 불리는 사람들 역시 지속의 힘을 깨닫고 그를 자기화한 사람들이다. 신념을 가지고 남들이 뭐라 해도 자기 일에 매진하는 사람은 분명 훌륭한 기술가 높은 인격을 갖출 수 있다. 생각은 밝게, 계획은 꼼꼼하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 일을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미래에 매우 낙관적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지금은 부족하지만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야. 그러니 다시 시작해 볼까? 이런 낙관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 성공으로 성큼 다가갈 수 있다. 나는 고난이 훤히 예상되는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때, 일부러 조금은 덜렁거리지만 사기가 넘치는 사람을 채용한다. 그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아니,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가 필요하다. 조금은 단세포적이고 저돌적인 면이 있더라도 그거 참 흥미로운데요. 어디 한번 해보죠. 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소매를 걷어붙일 만한 그 사람에게 새로운 일의 리더 역할을 맡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상황을 예측하고 그 일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대략적인 판단을 세운다. 숱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때 비관론자들은 금세 앞날을 예측하고 미처 실행해 보기도 전에 그 일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단정 지어 버린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라고 말하며 비웃거나 이익도 없는 일은 하지 맙시다라고 말하며 뒤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비관론자의 의견을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중간에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해 곤혹스러워질 게 분명하다. 그들의 말처럼 손익을 따지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묵살되고 만다. 아니 아이디어를 낼 여지마저 없어진다. 낙관론자는 그 반대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 전망이 어둡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추진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인한 힘이 있다. 그 앞이 아무리 진흙 투성이일지라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앞에 진흙이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다음 사람은 조심해서 걷게 된다며 흐뭇해한다. 지나친 낙관론은 문제가 되겠지만 프로젝트의 구상 단계나 착수 시기에는 낙관론자의 추진력을 높이 사 그들에게 견인 역할을 맡기는 것이 좋다. 그러나 모든 일을 낙관론자에게 맡겨두는 것은 위험하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비관론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낙관론자는 추진력이 강하지만 때로는 폭주하기도 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중하고 차분하게 이를 짚어가는 비관론자에게 언제 있을지 모를 리스크를 상정하게끔 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실질적인 행동 계획을 세워나가도록 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때 다시 낙관론자에게 일을 맡긴다. 마음껏 과감히 꿈을 펼쳐보게끔 길을 터주는 것이다.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며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이것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 가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교세라가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을 성공시켜 온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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