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는 어떻게 천재들의 상을 받게 되었나?
나는 자라면서 천재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다. 그 단어를 들먹이는 사람은 언제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그런데 네가 천재는 아니잖니라고 불쑥 말하고는 했다. 저녁 식사를 하다가, 드라마 중간에 광고를 보다가 월스트리트 저널을 펼쳐 들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서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못 들은 척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천재성과 재능에 관심이 많아서 누가 누구보다 재능이 많은지 자주 견주곤 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얼마나 똑똑한지 늘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버지는 나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식들 모두가 천재는 아니라고 여겼다. 아버지의 잣대를 보면 아무도 아인슈타인은 아니었다. 이는 아버지께 큰 실망이었던 듯했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머리가 뛰어나지 않아서 장차 성공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염려했다. 2년 전 나는 천재들의 상으로 종종 불리는 메가 더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것은 지원에서 받은 상이 아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비밀 위원회에서 후보자가 창의적이며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여 수상을 결정한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전화로 수상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감사하면서도 신기했다. 곧이어 무심코 내 지적 잠재력을 진단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동료 심리학자들보다 월등이 똑똑해서 메가 더 상을 수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답 딸은 천재가 아니다는 옳았지만 질문 딸은 천재일까? 이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메가 더 재단이 내게 전화로 수상 소식을 알려주고 공식 발표를 할 때까지 약 한 달 동안 남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이를 알려서는 안 됐다. 덕분에 나는 이 역설적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천재가 아니라는 말을 계속 들으며 자랐던 여자아이가 천재에게 주어지는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서 받게 된 상이었다. 꽤 힘든 학교들을 다니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시험에서 떨어져 가고 싶었던 영재반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 부모는 중국인 이민자였지만 교회에 다니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고 설교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달리 나는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연주할 줄 모른다. 메가더상 수상자가 발표된 날 아침, 나는 부모님 아파트로 건너갔다. 어머니의 아버지는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계셨고, 이모, 고모, 숙모 할 것 없이 잇따라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내 전화벨 소리가 멈추자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며 대견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그냥 고마워요 아버지라고만 대답했다. 지난날을 곱씹어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말은 그렇게 해도 실제로는 나를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린아이였던 때로 돌아가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약간은 들었다.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버지 제가 천재가 아니라고 하셨죠? 그걸 반박하진 않을게요. 아버지는 저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아실 테니까요. 그 말에 냉정하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일 아버지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만큼 저도 자라서 제 일을 좋아할 거예요. 저는 그냥 직업이 아니라 천직을 찾을 거예요. 매일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거고요. 거기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가장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여전히 듣고 계신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버지 길게 보면 재능보다 끝까지 하겠다는 집념이 더 중요할지 몰라요. 어른이 된 지금은 이 주장을 증명할 과학적 증거도 갖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강한 집념, 즉 그릿은 변화하는 특성이라는 사실과 이를 기르는 방법도 연구를 통해 알고 있다. 이 책에는 내가 그릇에 대해 알아낸 모든 사실이 요약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탈고한 뒤에 아버지를 뵈러 갔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한 장씩 한 줄도 빠뜨리지 않고 아버지께 읽어드렸다. 10여 년째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아버지가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버지는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듯했고 책을 다 읽어 드리자 나를 바라보았다. 영혼 같은 순간이 지나간 뒤 아버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릿 성공의 필요조건
당신이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드디어 해낸 것이다. 웨스트포인트의 입학 전형은 미국 유수의 대학들만큼 엄격하다. 아주 높은 sat 또는 act 점수와 뛰어난 고등학교 성적은 필수다. 11학년부터 지원 절차를 밟아야 하고 하원 의원이나 상원의원 또는 미국 부통령의 추천서까지 받아야 한다. 하버드 대학교 입학 전형에도 없는 항목들이다. 게다가 달리기,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를 포함한 체력 평가에도 최고점을 받아야 한다. 해마다 1만 4천 명 이상의 11학년 생이 지원 절차를 밟는다. 그중에서 필수 서류인 추천서를 받는 데 성공한 4천 명이 추려진다. 그리고 다시 절반이 약간 넘는 2500명이 웨스트포인트의 엄격한 학업과 체력 기준을 통과하고 그렇게 선별된 집단에서 1200명만이 입학 허가를 받아 등록한다. 웨스트포인트에 남녀 입학생 거의 전원이 학교 대표팀 선수 출신으로 대부분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도 5명 중 한 명이 졸업 전에 중퇴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중퇴생의 상당수가 입학한 첫 해 여름에 비스트 베럭스, 일명 비스트라고 공식 문서에도 표기된 7주간의 집중 훈련을 받는 도중에 그만둔다는 사실이다. 어떤 학생들이 입학하려고 2년 동안 준비한 학교를 2개월도 채 다니지 않고 그만둔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2개월간의 생활이 예사롭지 않다. 웨스트포인트 행드북에서는 비스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웨스트포인트에서 생활하는 4년 중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게 느껴질 이 훈련은 학생들이 신입생도에서 군인으로 변모하도록 설계되었다. 일과는 오전 5시에 시작된다. 생도들은 5시 30분까지 집합하고 정렬해 부동자세로 국기 계양식을 거행한다. 그 뒤로 강도 높은 달리기나 체조, 열병 행진, 강의실 수업, 화기 훈련, 운동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밤 10시가 되면 애잔한 소득 나팔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진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똑같은 일과가 다시 반복된다. 주말도 없고 식사 시간 이외의 휴식 시간도 없으며, 베스트 포인트 밖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연락도 일절 할 수 없다. 한 생도는 비스트를 이렇게 묘사한다. 생도들은 모든 발달 영역에서 정신적, 신체적, 군사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받습니다. 훈련에서는 생도들의 약점을 들춰냅니다. 그들을 단련시키기 위해서죠. 그렇다면 어떤 생도가 비스트를 통과하는가? 나는 2004년 심리학과 대학원 2년 차일 때부터 그 답을 찾아 나섰지만, 미국 육군에서는 같은 질문을 수십 년째 해오고 있었다. 내가 그 퍼즐을 풀겠다고 나서기 약 50년도 더 전인 55년, 제이케이건이란 젊은 심리학자가 육군에 징집된 후 웨스트포인트로 배치됐다. 그는 거기서 신입생도 중에 누가 남고 누가 떠날지 밝혀낼 목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를 담당하게 됐다. 무슨 운명인지 케이건은 웨스트포인트의 중퇴생에 대해 연구한 최초의 심리학자였을 뿐 아니라 내가 대학에 가서 처음 만난 심리학자이기도 했다. 나는 그의 실험실에서 2년간 시간제 근무까지 했다. 케이 거는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려던 웨스트포인트의 초창기 노력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평했다. 그는 생도들에게 그림이 인쇄된 카드를 보여주고 무엇이 떠오르는지 말해보라는 검사만도 수백 시간을 했을 거라고 회상했다. 이 검사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무의식적 동기를 밝혀내는 데 목적이 있으며, 숭고한 행위와 용감한 공적을 떠올린 생도들은 중퇴하지 않고 졸업할 것이라는 근거로 실시됐다. 원리는 훌륭해 보이는 많은 아이디어처럼 이 검사도 실제로는 별 소용이 없었다. 생도들의 대답은 다채롭고 재밌었지만, 그들이 실생활에서 내리는 결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후로도 여러 세대의 심리학자들이 웨스트포인트의 중퇴생 문제에 매달렸지만, 어떤 연구자도 왜 가장 총망받는 생도 일부가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는지 확실히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비스트에 대해 알게 된 직후, 웨스트포인트 교수로 수년째 재직 중인 군 심리학자 마이크 메슈스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메시스는 웨스트포인트가 엄격한 입학 절차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지닌 남녀 생도를 성공적으로 가려내고 있다고 했다. 입학처 직원들이 지원자별로 sat 또는 act 성적, 해당 연도의 졸업생 수를 고려한 고등학교 석차, 잠재적 리더십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 객관적인 체력 평가에서 받은 점수들을 대입해서 가중 평균을 구한 종합 전형 점수를 준거로 쓴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종합 전형 점수는 지원자가 다양하고 엄격한 4년 과정을 통과한 인재들인지 판단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에서 마련한 최상의 추정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생도들이 군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수많은 기술을 얼마나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는지 추측해 보는 수치다. 종합 전형 점수는 웨스트포인트 입학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마저도 비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생도를 확실하게 예측해 주지는 못했다. 사실, 종합 전형 점수에서 최고점을 받은 생도나 최저점을 받은 생도나 중도 탈락률은 비슷했다. 미슈스가 내게 연구실 문을 열어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메슈 스는 자신이 청년 시절 공군에 입대한 뒤에 받았던 훈련에서 수습객기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가 받은 신병 훈련은 웨스트포인트의 기초 훈련인 비스트만큼 끔찍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유사했다. 가장 중요한 유사점은, 현재의 역량으로는 버거운 도전 과제들이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메슈스와 다른 신병들은 난생처음 할 수 없는 일을 하라는 요구를 매 시간 받았다. 2주도 안 돼 지치고, 외롭고, 좌절감에 빠져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동기들 모두가 그랬죠. 일부는 정말 그만뒀지만, 메슈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위기대처 능력과 재능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목격했다. 실제로 훈련 도중에 포기하는 신병들 중 그 이유가 능력이 부족해서인 경우는 드물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
태도 성공한 사람들의 특별한 공통점
그 무렵 도전에 임하는 불굴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은 마이크 메슈스만이 아니었다. 성공의 심리학을 막 탐구하기 시작한 대학원생이던 나는 재계 예술계, 체육계, 언론계, 학계, 의학계, 법조계 지도자들을 면담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분야에서 최고는 누구입니까?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들의 어떤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까? 면담에서 드러난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 중에는 해당 분야에 한정된 것도 있었다. 예컨대 다수의 기업인은 재무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을 언급했다. 면밀한 계산 끝에 수백만 달러가 걸린 결정을 내리고도 편히 잘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예술가에게 이 특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그들이 언급한 특성은 창작 욕구였다. 나는 모든 만들기를 좋아해요. 왠지 모르지만 그냥 좋아요. 그에 반해 운동선수들은 승리할 때 느끼는 황홀감이 동기가 된다고 했다. 승자는 정면 대결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패배를 싫어하죠. 분야별 특성과 함께 공통적인 특성도 드러났는데 내 관심사는 그 공통 특성들이었다. 분야에 상관없이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운도 좋았고 재능도 있었다. 그 이야기는 전에도 들어와서 의아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면담 중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잠재력을 실현해 보기도 전에 중도하차하거나 흥미를 잃어 모두를 놀라게 했던 유망주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실패한 뒤에도 계속 시도하는 의지가 매우 중요하고도 쉽지 않은 특성인 듯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잘 해내지만 잘 안 풀릴 때는 무너져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과의 면담에서 거론된 성공한 사람들은 정말 끈질기다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글을 썩 잘 쓰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우리는 그의 글을 읽다가 어설프고 멜로드라마 같아서 웃고는 했죠. 하지만 그는 문장력을 계속 향상했고 지난해에는 구게나임 재단에서 연구비까지 지원받았죠. 또한 성공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했다. 그녀는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었어요.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할 때도 본인이 가장 가혹한 비평가를 했죠. 큰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끈기가 남달랐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끈덕지게 자신의 일에 매달렸을까? 그들 대부분이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해 보일 만큼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자신이 늘 부족해 보였다. 그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과는 정반대였다. 그럼에도 불만을 가지는 자신에게 정말로 만족을 느꼈다. 그들 각자가 비할 바 없이 흥미롭고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고 목표의 달성만큼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느꼈다. 이들이 해야 하는 일 중에는 일부는 지루하고 좌절감을 안기고 심지어 고통스럽다고 해도 그들은 추호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열정은 오래 지속됐다. 요컨대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이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이 있었다. 하지만 명료하게 실체가 잡히지 않는 특성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군내 심리학자들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수량 하지 못한 특성이 아니던가? 내가 면담했던 사람들 역시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특성이라고 하면서도 직접 검사해 볼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면담 기록을 훑어봤다. 그리고 때때로 피면접자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그릿이 있는 사람을 묘사하는 질문들을 만들어 나갔다. 질문의 절반은 끈기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좌절을 딛고 일어나 중요한 도전에 성공한 적이 있다 나는 모든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낸다 와 같은 것들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열정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나의 관심사는 해마다 바뀐다 나는 어떤 아이디어나 프로젝트에 잠시 사로잡혔다가 얼마 후엔 관심을 잃은 적이 있다 등을 물었다. 그렇게 그리 척도가 만들어졌다. 솔직히 응답한다면 이 검사지는 당신이 얼마나 투지와 집념을 갖고 인생을 사는지 측정해 줄 것이다.
어떤 사람이 피스트를 통과하는가?
2004년 7월 피스트 둘째 날 웨스트포인트생도 1218명은 그리 척도를 작성했다. 전날 생도들은 웨스트포인트에서 허용한다는 단 90초 동안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남자들은 머리를 밀고 민간인 복장에서 그 유명한 회색과 흰색의 웨스트포인트 제복으로 갈아입었다. 사물함을 배정받고 헬멧과 기타 장비들도 지급받았다. 그리고 정렬 방법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무색하게 4학년 생도들에게 제대로 된 정렬법부터 교육받았다. 이 줄에 맞춘다. 줄을 밟지도 말고, 넘지도 말고, 줄에 못 미쳐도 안 된다. 이 줄과 똑같이 맞춘다. 처음에 나는 그리척도 점수가 sat나 cat 점수와 비례하는지 살펴봤다. 결과가 어땠을까? 그릿 점수는 입학 사정 과정에서 공들여 계산한 종합 전형 점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다시 말해 생도가 가진 재능은 그의 그릇에 대해서 알려주는 바가 없었고 역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재능과 그릿이 별개의 특성이라는 조사 결과는 매슈스가 공군 훈련 과정에서 관찰한 현상과도 일치했지만 처음에는 이런 결과를 대면하고 몹시 놀랐다. 대체 재능 있는 생도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재능 있는 생도가 노력하며 끝까지 버틴다고 말해야 논리적으로 맞다. 훈련을 버텨내기만 하면 성공이 보장된 생도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비스트를 끝까지 통과한 생도들만 놓고 본다면 종합 전형 점수가 베스트 포인트에서 모든 성적을 알려주는 훌륭한 예측 변인이다. 학점뿐만 아니라 군사훈련과 체력 점수까지 정확하게 예측해 준다. 그러므로 재능이 그릿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비스트의 마지막 날까지 71명의 생도가 탈락했다. 그들은 비스트를 통과할 생도와 통과하지 못한 생도를 알려주는 대단히 신뢰할 만한 예측 변인으로 밝혀졌다. 이듬해 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를 다시 찾았다. 그의 비스트 중도 탈락자는 62명이었고 이번에도 그릿이 어떤 생도가 남을지 예측해 주는 변인이었다. 그에 반해 비스트를 통과한 생도와 탈락한 생도의 종합 전형 점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나는 전형 점수를 구성하는 개별 점수들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역시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비스트 3리의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sat 점수 고등학교 석차 리더십 경험 운동 실력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다. 종합 전형 점수도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릿이다.
그릿은 어디에서든 통하는가?
그릿은 웨스트 포인트 밖에서도 중요한가? 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탈락자가 많이 나오는 다른 환경을 찾았다. 비스트가 너무 혹독한 훈련이라서 그릿이 필요한지 혹은 그릿이 전반적으로 책임을 다하게 만드는 요인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힘을 시험한 다음 영역은 매 시간은 아니더라도 매일 거절당하는 일이 다반사인 영업직이었다. 나는 한 리조트 회사에 고용된 남녀 영업사원 수백 명에게 그리 척도를 포함한 성격 검사지들을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6개월 후 회사를 다시 방문했을 때 영업사원의 55%가 회사를 그만두고 없었다. 그릿은 회사에 남은 사원과 떠날 사원을 예측해 줬다. 그뿐만 아니라 외향성, 정서적 안정성, 성실성 등 흔히 측정되는 어떤 성격 특성도 그린 만큼 회사에 계속 남은 사람을 예측해 주지 못했다. 그 무렵 나는 시카고 교육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웨스트포인트의 심리학자들처럼 교육청의 연구원들도 어떤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성공적으로 취득할지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그의 봄 수천 명의 11학년 학생들이 간이 그리척 도와 다른 질문지들을 작성했다. 1년 여가 지났을 때 그들 가운데 12%는 졸업하지 못했다. 예정대로 졸업한 학생들은 중퇴한 학생들보다 그릿 점수가 높았다. 그릿은 학생들이 얼마나 학교를 중시하는지, 얼마나 성실히 공부하는지, 심지어 학교가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등 그 어떤 변인들보다 졸업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해 주었다. 이와 유사하게 두 개의 미국인 대표본에서도 그릿이 높은 성인일수록 학교 교육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영학 석사, 박사, 의학박사, 법학 박사 또는 다른 대학원 학위를 취득한 성인은 4년제 대학만 졸업한 이들보다, 그리고 4년제 대학 졸업자는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하긴 했으나 학위를 받지 못한 사람들보다 투지가 강했다. 흥미롭게도 2년제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학위를 취득한 성인들이 4년제 대학 졸업자보다 그릿 척도 점수가 약간 더 높았다. 처음에는 이런 결과가 이해가 안 됐지만, 얼마 후에 전문대학교의 중퇴율이 80%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므로 투지가 유달리 강했던 것이다. 나는 그린베레로 더 잘 알려진 육군 특수부대와의 공동 연구도 병행하게 됐다. 그린베레는 육군에서 최고의 훈련을 받으며 가장 어렵고 위험한 임무에 배치되는 부대다. 그린베레가 되려면 여러 단계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내가 조사하러 갔을 때는 9주간의 신병 훈련소를 거쳐 4주간의 보병 훈련, 3주간의 공수 교육, 그리고 4주간의 지도 읽기와 길 찾기 교육 중심의 예비 과정을 마친 다음이었다. 이 모든 예비 훈련이 대단히 힘들기 때문에 단계마다 탈락하는 병사들이 나온다. 하지만 본 훈련에 들어갈 병사를 뽑는 특수부대 선발 코스 한층 더 어렵다. 제임스 파커 특수부대 사령관의 말에 의하면 이는 그린베레 훈련의 마지막 단계로, 올라갈 사람과 올라가지 못할 사람을 결정하는 코스다. 특수부대 선발 코스에 비하면 비스트는 여름휴가나 다름없다. 훈련병들은 동이 트기 전부터 저녁 9시까지 전력을 다해 훈련을 받아야 한다. 주간과 야간의 길 찾기 훈련뿐 아니라 6km와 11km의 구보와 행군을, 때로는 30kg 군장을 메고 해야 한다. 또한 일명 네스트닉으로 불리는 장애물 훈련에서는 철조망 아래의 물 웅덩이를 기어가고, 높은 통나무 위를 건너고, 그물 다리를 타고 지나가고, 구름사다리에 매달려 건너가야 한다. 선발 코스까지만 올라와도 대단한 성과지만, 내가 조사했던 지원자의 42%가 코스를 끝내기 전에 기권했다. 그렇다면 이를 통과하는 지원자들은 어떤 점이 다른가? 바로 그릿이었다. 군대, 교육,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을 예측해 주는 요인에는 그릿 외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업에서는 사전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보다 일을 계속할 가능성이 낮았다. 시카고 공립학교에서는 격려해 주는 교사가 학생들의 졸업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인이 있었다. 그린베르에 지원한 군인에게는 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에 기초 체력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이런 특수 요인을 갖춘 사람들끼리 비교해도 여전히 그릿이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예측해 주는 요인이다. 각종 분야별로 성공에 도움이 되는 특수 속성과 장점에 상관없이 그릿은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잠재력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의 차이
내가 대학원에 진학한 애 스펠바운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는 남학생 3명과 여학생 5명이 스크립스, 내셔널, 스프링, 비결선을 겨루고 준비하는 과정을 따라다니며 보여준다. 손에 땀을 찌게 하는 스펠링 비 결선은 해마다 워싱턴에서 3일 동안 개최되며, 평소 사업성이 높은 스포츠 경기를 주로 방송하는 espn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8명의 학생은 이 결선에 진출하기 위해 먼저 전국 각지의 철자 맞추기 대회에서 수백 개 학교의 수천 명 학생들을 꺾어야 했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어려워지는 철제 문제와 철자를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맞춰서 학급, 학년, 학교, 시, 도의 모든 학생 중에서 1등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스텔 바운드를 본 나는 궁금해졌다. 헷갈리는 단어의 철자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맞추려면 제 나이보다 발달된 언어 능력이 얼마나 중요하며, 그릿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까? 나는 스펠링비 우승자 출신으로 현재 대회 사무국장인 페이지 킴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활달하게 대응해 주었다. 김볼도 나만큼이나 우승자들의 심리 구조를 알고 싶어 했다. 그녀는 몇 개월 후에 치러질 결선에 진출한 273명이 확정되는 대로 그들에게 설문지를 발송하기로 했다. 설문지를 작성하는 학생에게는 후한 보상이 될 25달러짜리 상품권을 답내로 주겠다는 약속에 결선 진출자의 3분의 2 가량이 실험실로 선문지를 보내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응답자는 대회 규정에 따른 연령 상한선인 15살이었고, 가장 어린 참가자는 겨우 7살이었다. 결선 진출자들은 그리 척도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철자 연습에 드리는 시간도 보고했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주 중에는 하루 1시간 이상, 주말에는 하루 2시간 이상 연습한다고 했다. 평균은 그랬지만 전혀 공부하지 않은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지난주 토요일에 9시간이나 공부했다는 참가자도 있을 정도로 편차가 컸다. 나는 결선 진출자의 일부만 별도로 표집 해서 언어 지능 검사를 실시했다. 집단 전체로 봤을 때 참가자들은 비범한 언어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참가자들 간의 점수 차이가 상당히 커서 어떤 아이들은 언어 영재 수준의 점수를 받은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그 연령대의 평균 점수를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릿이 높은 아이들은 더 많은 시간 동안 공부하고 더 많은 스펠링 비 대회에 출전했다. 재능은 어땠을까? 언어 지능 역시 어느 라운드까지 진출할지 예측해 줬다. 하지만 언어 지능과 그리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또한 언어에 재능이 있는 참가자들이 재능이 덜한 참가자들보다 더 오랜 시간 공부하지도 않았으며, 스펠링비 대회 출전 경력이 더 많지도 않았다. 그립과 재능이 별개라는 사실은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다시 드러났다. 그 연구에서는 에스에이티 점수와 그릿 점수가 반비의 관계로 나왔다. 연구의 표본 가운데서 sat 점수가 높은 학생들의 평균 그릿 점수는 또래 학생들보다 약간 낮았다. 이 연구 결과와 그동안 수집해 온 다른 자료들을 종합해서 얻은 통찰이 향후 내 연구의 기본 지침이 됐다. 그것은 우리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과 그 잠재력의 발휘는 별개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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